지난 임시국회에서 악법 통과에 실패한 한나라당이 요즘 국민들을 상대로 홍보에 열심입니다. 늑대가 양을 꼬드기기 위해서 발에 밀가루 뿌리고 문틈으로 들이 밀었던 동화처럼, 악법이라는 늑대발에 그럴싸한 이름을 붙여서 국민들에게 들이밀기 위해서 고심을 하고 있는데, 그래서 '시위 현장에서 마스크를 쓰는 사람들을 무조건 처벌할 수 있는 집시법 개정안을 '비겁자 처벌법'이라고 이름을 붙이고 있습니다. 다시 말해서, "네가 떳떳하다면 왜 얼굴을 감추는가, 마스크 처벌법은 비겁한 자들을 처벌하는 법"이라는 논리입니다. 세상에 어떤 나라에서 '비겁하다'는 이유로 처벌을 하는 나라가 있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나중에는 착하지 않으면 처벌 받을지도 모릅니다. 그런데, 단지 마스크를 썼다고 해서 그 사람이 비겁자가 되는 걸까요?

노무현 정권 때 성매매 특별법이 발효되면서 성매매 업소들이 철퇴를 맞았습니다. 당시 성매매에 종사하고 있었던 여성들은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서 장기 농성을 벌였습니다. 모두가 마스크를 쓰고 있었지요. 이유는 굳이 말 안 해도 아실 겁니다. 이들도 비겁자가 되는 셈입니다. 한나라당의 주장은 이런 셈이죠. "비겁하게 마스크 쓰지 말고 당당하게 네 얼굴을 경찰에게도 보이고, 방송에도 보여서 당신의 부모 친척 친구들이 당신이 성매매업에 종사하고 있음을 '떳떳하게' 알려라!"

이주노동자들은 어떨까요? 아무리 부당한 대우를 받고 심지어는 산업재해로 장애를 안게 되어도 말 못하는 그들은 어떨까요? 아무리 정당한 요구를 한다고 해도 시위에 나선다는 이유만으로도 부당하게 해고되고 쫓겨날 게 뻔한 그들이 자신의 신원을 노출시키기 싫어서 마스크를 쓴다면 그들도 비겁자가 되는 것일까요? 그밖에도 성소수자를 비롯한 수많은 소수자들, 소외 받는 사람들, 편견 속에 시달리는 사람들은 이제 대한민국 사회에서 비겁하지 않게 살려면 자신을 온통 노출시켜서 자신의 생계도 걸어야 하고, 온갖 편견에서 오는 수모도 다 감수해야 하고, 공권력이란 이름으로 자행되는 탄압도 다 참아야 하고, 심지어는 부모나 친척, 친구들한테도 외면당하고 그래야 하는 건가 봅니다. 대한민국에서 비겁하지 않게 살기가 왜 이다지도 어려운 걸까요?

이 나라가 자신의 주장을 자유롭게 펼쳐도 불이익을 받지 않고, 소수자들이 편견에 시달리지 않는 사회라면 아마도 마스크는 별달리 필요가 없을 것입니다. 하지만 내부고발자들이 배신자로 낙인 찍혀서 어려운 삶을 살고, 수많은 소수자들이 소외 속에서 힘겹게 살아가야 하는 이 사회에서 '집회와 시위의 자유'라는, 당연한 권리를 행사하는 댓가로 만천하에 자신의 신원을 드러내야 한다니, 만약 그런 법이 정당화된다면 정말로 비겁한 사회입니다. 겉으로는 집회와 시위의 자유를 보장한다면서 명백한 폭력을 쓰지 않았는 데에도 온갖 족쇄로 그 자유를 억압한다면 그것이야말로 남의 목소리를 안 듣고 입을 막겠다는 비겁한 사회인 것입니다.

진짜 비겁자는 마스크를 쓰고 시위하는 사람들이 아닌, 비겁자 처벌법을 만들자고 목소리를 높이는 한나라당입니다. 정당하게 시위를 할 권리를 박탈하고 다양한 목소리가 나오는 것을 힘으로 막아 보겠다는 한나라당이야말로 진짜로 비겁자입니다. 국회에서 악법을 밀어 붙이면서 대화와 협상이 아니라 우리가 '쪽수'가 많으니까 다수결로 밀어붙이겠다면서 국회의장에게 직권상정이나 강요하는 한나라당이야말로 진짜 비겁자들입니다. 힘이 있는 사람들이 그 힘만을 믿고 안 되면 무조건 힘으로 밀어붙이고 억압하겠다는 태도야말로, 힘만 세고 속이 텅 빈 인간들의 비겁한 모습인 것입니다. 정말로 말 그대로 비겁한 사람들을 처벌하는 비겁자 처벌법이 생긴다면 그 처벌 1호는 비겁하게 힘의 논리 뒤에 숨어서 자신들의 빈약함을 감추는 한나라당, 그리고 4대강 살리기니 그린 뉴딜이니 하면서 대운하 할 꼼수나 부리고 경인운하에 대한 경제성 보고서를 조작해서 국민들을 속여먹으려 하는비겁한 정부가 될 것입니다.
Posted by MP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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