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노 누아르. 이게 과연 부르고뉴를 떠나면 먹을만 하냐 아니냐, 묻는다면 '아니오'라고 대답할 수밖에 없을 듯합니다. 내가 혹시 편견에 사로잡혀 있나? 싶어서 여러 번 블라인드 테스트를 해 봤는데 역시 결론은 아니올시다, 입니다. 자, 그렇다면 프랑스 남쪽인 랑그독의 피노 누아르는 어떠냐...
결론부터 말하자면, 꽝! 되겠습니다. 부르고뉴 피노 누아의 우아함이란 애시당초 찾아볼 수가 없습니다. 전에도 느낀 거지만 피노 누아르는 이상하게도 부르고뉴만 떠나면 후추가루가 됩니다. 몇몇 예외가 있긴 하죠. '피노 네로'란 이름으로 이탈리아에서 나오는 와인 중에서 몇 가지 정도? 아무튼 이 와인도 그야말로 후춧가루입니다. 상당히 무게감 있는 베리향도 있긴 합니다만. 아무튼 맛은 날카로운 산미와 함께 나무 태운 듯한 맛도 강합니다. 커피, 그리고 한약 할 사발 먹는 듯한 맛과 질감이 느껴지고, 탄닌감이 강합니다. 이게 무슨 피노 누아르? 싶은 생각이 들 정도입니다.
시간이 지나면 그나마 좀 딸기향이 살아나긴 합니다. 맛에서도 약간의 베리 계통이 있습니다만, 그야말로 한약 마시는 느낌이 영 불쾌합니다. 결국 마시다 말았습니다. 이건 부르고뉴 스타일의 우아함도 느낄 수가 없고, 그렇다고 보르도 같은 중후한 무게감이 있는 것도 아니고, 무엇보다도 마시기에 '즐겁지 않다'는 게 가장 문제입니다. 아무튼 피노 누아르, 아무 데서나 하는 게 아닌 것만은 분명하다는 사실을 깨우쳐 주는 한약 한 사발이었습니다.
- bottled by: Baron Philippe de Rothschild, S.A.
- grape variety: Pinot Noir
- appellation: Vin de Pays d'Oc
- alchol: 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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