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야말로 도깨비 팀이 된 공군 에이스. 최근에 계속 무력한 경기를 보여주다가 지난 번에 잡았던 KTF를 또 잡으면서 4승째를 올렸습니다. 무엇보다도 그동안 성적이 썩 좋지 않았던 임요환이 하루에 2승을 거두는 활약을 펼쳤다는 것. 게다가 그 상대가 저그가 아닌 강민 그리고 이영호였다는 점에서 꽤나 화제가 된 경기였습니다. 먼저 2경기였던 강민과 경기는 그야말로 가위바위보 싸움. 강민은 노 게이트 더블을 가져갔는데, 임요환은 아예 투배럭 러쉬였으니. 그냥 가위바위보에서 강민이 아무 것도 못 해보고 끝났습니다.

그 다음 에이스 결정전. 그야말로 반전에 반전이 거듭된 경기였습니다. 초반에는 임요환이 좋았습니다. 빠르게 앞마당을 먹은 다음에 벙커까지 지어 놓으면서 벌처가 들어올 수 있는 길을 막았으니까. 자원 상황이 유리했습니다만. 요즘 이영호가 괜히 잘 나가는 게 아니죠.




스타 포트를 올리고 골리앗 4기 드랍으로 본진 자원에 차질을 주면서 경기를 자기 페이스로 가져갔습니다. 여기서부터 본격적인 중반전 싸움으로 넘어갔는데. 이영호는 5시 멀티를 가져가는 데 성공했지만.




임요환은 11시 멀티가 잡아먹히면서 이영호 쪽으로 추가 기울기 시작했습니다. 스타 포트를 일찍 올린 이영호가 드랍십 숫자에서도 앞서면서 확장을 쭈욱 늘려 나간데 비해서, 임요환은 계속 확장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두 선수 사이에 자원 차이가 나기 시작했습니다.




11시를 내준 임요환. 되갚아주기 위해서 5시로 드랍을 들어갔지만. 결국 이영호의 병력에 막혔습니다. 그래도 병력 소모란 면에서는 임요환이 꽤 이득을 본 싸움이었지요.




이영호는 9시까지 멀티를 늘렸는데 임요환은 3시 멀티가 실패하고, 이쯤 되면 이영호가 압승이 예상되는 싸움으로 점점 기울어 가고 있었습니다. 안 그래도 생산력이라는 면에서는 약점을 가진 임요환인데, 이렇게 자원 확보도 못 하는 상황이라면 힘들 수밖에 없죠. 아마 이 시점에서는, KTF 쪽에서는 '우리가 이겼다!' 하고 생각하고 있었을 겁니다.




하지만 그냥 당하고 있을 임요환이 아니죠. 끌려다니는 경기를 자기 페이스로 돌려 놓고자 선택한 게 본진 드랍. 본진 수비가 좀 약했던 이영호는 이 드랍을 막기는 했지만 팩토리 건설과 서플라이에서 손해를 입었습니다. 사실 이렇게 당했으면 본진에 터렛이나 수비 병력을 갖춰 놨어야 했는데. 그러지 않았던 게, 이영호의 첫번째 실수였습니다. 여기에서부터 다시 한번 반전 시나리오가 나오기 시작합니다.




임요환 선수도 한 가지 놓친게 있으니 바로 9시 멀티. 이건 알기만 했으면 간단하게 잡아 먹을 수 있었는데, 전투에 집중하느라 이쪽 정찰을 안 했다는 것. 더구나 멀티 옆에는 임요환의 엔지니어링 베이가 떠 있어서 조금만 더 이쪽 방향으로 띄워 봤으면 알 수 있었습니다. 본진을 치러가던 드랍십들도 이 멀티 직전에서 방향을 꺾으면서 결국 발견 못하고, 10분 동안 여기는 등잔 밑이 돼서 잘 돌아갔습니다.




이게 정말 컸습니다. 이영호가 맘먹고 임요환으로 본진으로 드랍을 갔지만, 결국 큰 피해를 주지 못하고 막힌 건 물론이고, 드랍십까지 여러 대 잃으면서 추가 확 기울기 시작한 거죠. 서로 대량 드랍십을 운영하는 싸움에서, 어떤 이유로 드랍십이 여러대 잡히면 자기 쪽이 어느 정도 병력이 더 많다고 해도 불리해지기 마련입니다.




여기서 또 드랍십을 잡아먹혔습니다. 이런 식으로 야금야금 드랍십을 잡아먹힌 게 이영호의 두번째 실수입니다.




이영호는 본진 드랍에 실패한 뒤, 마음 먹고 들어간 11시 드랍도 실패했습니다. 이미 드랍십 차이가 꽤 나기 시작한 마당이라서, 결국 먹는 자원에 비해서 많은 병력을 드랍할 수 없었던 이영호가 다시 한번 대패하면서 경기는 반전 국면으로 접어들었습니다.




드디어 9시 멀티 발견! 임요환 선수 뒤통수가 뜨끈했을 겁니다. SCV 여러 대를 보낸 걸로 봐서는 여기다가 멀티를 할 생각이었던 듯합니다. 어쨌든 알았으니까, 깨는 건 간단했죠.




승패에 쐐기를 박는 순간은 바로 임요환이 2차 본진 드랍을 했을 때였습니다. 1차 때와는 병력이 비교가 안 될 젓도로 규모가 컸죠. 여전히 본진 수비가 허술했던 이영호의 본진을 장악하는 데에 성공했습니다. 여기서 서플라이와 팩토리를 상당수 날리는 데 성공하면서,완전히 주도권을 잡았습니다.




이 정도로 본진에 큰 타격을 주었으니, 먹는 자원이 꽤 된다고 해도 치명타가 된 거죠. 어찌어찌해서 드랍 병력을 치우기는 했지만 이미 피해가 너무 커서 이영호로서는 돌이키기가 어려운 상황으로 가 버렸습니다. 이 때 이미 경기는 끝났다고 봐도 좋을 상황이었습니다.




결국 이영호는 병력을 긁어 모아서 11시를 치러 갔지만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하고 전멸 당하고, 이제는 어느 하나 유리한 게 없어지는 상황이 되어 버렸습니다만. 봐 주지 않는 임요환. 3차 본진 드랍으로 팩토리를 싹 날려버렸습니다. 보통 테란전 중후반전에서 운영 능력 부족으로 유리했던 경기를 내준 적이 많았던 임요환입니다만, 이날 만큼은 대단한 운영력으로 끝까지 방심하지 않았습니다.




결국 얼마 안 되는 병력으로 본진 드랍을 갔지만 별 성과 없이 끝나고, 3시 멀티가 터지고 병력을 모두 잃으면서 GG. 비록 여러 가지 실수로 경기를 내 주기는 했지만, 정말 이영호도 대단하네요. 순간 순간 판단력이라던가, 경기 상황에 따라서 유연하게 대처하는 자세도 15살이라는 나이가 믿어지지 않을 정도입니다. 다만, 컨트롤에서 아직 부족한 점이 많이 보이는데, 이 부분은 연습을 통해서 보완해야 할 듯합니다.

하여간에, 요즘 테테전에서 유난히 약한 모습을 보여 왔던 임요환 선수가 이번에는 제대로 승리를 거두었습니다. 특히나 확장과 물량 뿜어내기 스타일 테란, 이를테면 이성은 같은 선수한테는 거의 힘을 못 쓰는 임요환 선수인데, 앞으로는 좀 나아진 모습을 보일까요? 하여간에, 현역으로는 가장 나이가 많다고 할 수 있는 이 선수가 여전히 진화하고 있다는 점은, 정말 대단합니다.
Posted by MP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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