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 악법을 둘러싸고 국회가 파행을 겪을 동안 침묵을 지키고 있던 박근혜 씨가 드디어 입을 열었습니다. 법안을 밀어붙이려는 정부와 여당의 행태에 대해서 상당히 강한 비판을 했습니다..

"국민을 위한다면서 내놓은 법안들이 국민에게 실망과 고통을 안겨주는 점도 굉장히 안타깝다."

"열린우리당이 4대 악법 내걸고 다수당이라는 이유로 밀어붙이고 강행처리 하려고 했다. 당 대표로서 그런 점들이 가장 안타까운 일로 기억된다."

물론 참여정부 시절 이른바 '4대 악법', 특히 사학법에 대해서 자신들이 국회를 지금보다 더 심한 장기 파행으로 몰고 간 데에 대해서는 반성도 없이 민주당의 국회 본회의장 점거를 비난하는 발언도 했습니다만, 김형오 국회의장의 '이번 임시국회에서 직권 상장 불가' 선언으로 타격을 입은 한나라당 강경파가 이번 박근혜 씨의 확인사살로 더욱 위축될 것 같습니다. 눈치만 보고 있던 친박계 쪽에서 기다렸다는 듯이 친이계에 대한 비판 목소리가 나오고 있기도 합니다.

물론 이번 MB 악법을 반대하는 편에서는 박근혜 씨의 이번 발언을 환영하는 분위기이긴 합니다. 하지만 이런 박근혜 씨의 모습을 보면서, '정말 비겁하다'는 생각을 감출 수가 없습니다. 이건 분명 비겁한 행태입니다. 한나라당 주류에 대해서 반기를 들었기 때문이 아닙니다. 법안 처리 강행으로 온 나라가 시끄러워지고 국회가 난장판이 되는 파행이 이어질 때에는 침묵하고 있다가, 상황이 강경파에게 불리하게 돌아가고 미디어법과 같은 주요 법안에 대해서 국민 여론이 안 좋은 쪽으로 조사 결과가 나오는 상황이 되니까 이제 와서 '소신 발언'을 하는 행태가 비겁하다는 것입니다.

정치인은 소신이 있어야 합니다. 그리고 그 소신은 머릿속에서만 가지고 있는 것으로는 부족합니다. 밖으로 표출시켜야 합니다. 머릿속에만 있는 소신은 소신이라 할 수 없습니다. 또한, 언제 밝히는가도 중요합니다. 만약 박근혜 대표가 정말로 이번 법안 강행이 문제가 있었다고 생각했다면, 또한 오늘 말한 것처럼 그 법안들이 국민들에게 실망과 고통을 안겨준다고 생각했다면, 이 문제가 이슈가 되어서 국회가 파행을 일으킬 때부터 소신을 밝혔어야 옳습니다. 그랬다면 한나라당에서 강경파의 목소리도 많이 위축되었을 것이고, 이들이 득세하면서 정국이 이 지경까지는 가지 않았을 것입니다.

지금 박근혜 씨의 모습은 계속 간을 보고 있다가 친이계와 강경파가 여론의 몰매를 맞아서 비틀거리니까 무임승차하겠다는 수작으로밖에는 보이지 않습니다. 그리고 그동안  박근혜 씨가 보여온 행태가 이런 식이었습니다. 미국산 쇠고기 파동이 한참일 때에도 박근혜 씨는 뒤늦게야 '재협상 필요론'을 들고 나왔습니다. 이명박 정부가 여론에 몰매를 맞으면서 그로기 상태가 될 때까지는 별 말을 안 하다가, 그제서야 살짝 나와서 확인 사살을 하는 듯한 이런 행태는 소신을 가진 정치인이라기보다는 눈치만 살살 보다가 막판에 여론이 몰리는 쪽으로 올라타겠다는 염치 없는 행동에 불과합니다.

사실 한나라당에서는 하나마나한 소리나 하는 사람이지만 원희룡 의원은 그래도 당 안에서 '너 나가라'는 욕을 먹기도 할 만큼 이슈가 나올 때부터 자기 소신을 밝히기라도 합니다. 그런데 한 나라의 대통령이 되겠다고 경선까지 했던 박근혜 씨가 보여주는 모습은 그야말로 '자기 손에 피 안 묻히겠다'는 마인드입니다. 여론 눈치나 살살 보면서 여-야, 또는 정부-국민이 한참 치고 받고 싸울 때에는 침묵하다가 양쪽이 만신창이가 되고 나서야 그때서야 뒷짐 지고 나와서 성인군자 행세를 하는 모습입니다. 이런 비겁한 모습에 이제는 신물이 납니다.아마 또 다른 이슈가 터져 나와도 박근혜 씨는 그럴 것입니다. 자기는 한 대도 안 맞으려고 숨어 있다가 남들 다 KO 직전까지 가면 슬슬 나와서 톡 한 대 때려서 KO 시키는, 이런 비겁함은 아무래도 앞으로도 계속될 것 같습니다.
Posted by MP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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