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 10시에 텔레비전을 이리저리 둘러다보다 MBC의 <뉴스 후>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그동안 방송관계법에 대해서 비판의 목소리를 높여 온 MBC인 데다가 <뉴스 후>가 원래 미디어 비평 성격을 많이 가지고 있기 때문에 역시 방송법에 대한 비판으로 프로그램을 채우고 있었습니다. 특히나 중앙일보가 그동안 삼성에 대해서 어떤 보도 태도를 가지고 있었는지를 보다 보니, 오죽 속보이는 짓거리로 일관했으면 그 독재자 박정희까지도 공개적으로 중앙일보를 비판했을까, 싶은 생각이 들 정도죠.

그 삼성의 버릇은 지금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삼성은 자신들에 대해서 비판의 날을 세웠다고 해서 한겨레신문에는 아예 광고를 끊고 경향신문에도 거의 광고를 주지 않는 행태를 보이고 있습니다. 그럴 때 수구 보수들은 '내 광고 내 맘대로 주는 게 뭐가 문제냐'고 삼성을 옹호했습니다. 자, 그 삼성이 아예 방송사를 먹었을 때, 그 방송사의 뉴스에서 과연 삼성이 저지른 부정이나 비리를 제대로 보도할까요? 만약 삼성 제품에서 치명적인 결함이 발견되었을 때, 제대로 보도할까요? 만약 삼성이 MBC를 먹는다면 <불만제로> 같은 프로그램은 만날 영세업자들이나 괴롭히거나 아예 없어질 겁니다.

어쨌거나, <뉴스 후>가 끝나고 옆 동네 KBS 1TV를 틀어 보니 낯익은 얼굴, 하지만 썩 유쾌하지 않은 얼굴이 들어오더군요. 바로 강만수 장관이었습니다. 이게 뭐야? 싶은 생각이 들어서 보니, <국민 대정부 질문 - 경제 언제 좋아집니까?>란 특집 프로였습니다. 밤 9시 40분부터 시작했으니까 <뉴스 후>와 비슷한 때에 시작한 셈입니다. 무려 140분이나 시간을 털어서 장관 다섯 명을 앉혀 놓고 열심히 홍보를 하는 프로였습니다. 단답형 질문에 홍보성 답변으로 일관하는 그야말로 정부 홍보 프로그램입니다. 토론은 없습니다. 나와 있는 장관들의 답변에 맹점이 있어도 토론을 통해서 그 문제점을 집요하게 따져 보는 그런 건 없었습니다.

게시판을 통해서도 질문을 받는다고 하더군요. 게시판을 보니 비난이 넘쳐나고 있었습니다. 게시판을 보니 적어도 반은 비난입니다. 물론 이런 비난 의견은 전혀 반영이 안 되고 있지요. 뭐 그럴 수도 있을 것입니다. 어차피 정부의 홍보 프로그램으로 기획된 것이니까요. 아무튼 KBS 참 정권 홍보하느라고 고생 많습니다. 이명박 대통령 국정 연설 라디오로 틀어주죠. 2009년을 맞아 정초부터 국민들 재수 있을 권리를 박탈하고자 이렇게 아까운 전파를 무려 두 시간 20분이나 털어서 장관들의 텔레토비 놀이(지들끼리 '아이 좋아~')를 생중계해 주고 있으니 말입니다. 그 시간에 국회에서는 방송 관계법을 통과시키려는 자들과 막으려는 자들 사이에 치열한 싸움이 벌어지고 있는데, 이 법이 통과되면 KBS 2TV가 조중동과 재벌에게 잘려나갈 판인데, 정말로 팔자 좋은 KBS입니다.

밤 10시에 벌어지고 있는 MBC와 KBS 1TV의 상반된 풍경. 어쩌면 차라리 KBS 1TV만 저러고 있으면 봐줄 만할지도 모르겠습니다. 한 쪽은 열심히 찬양하고, 한 쪽은 열심히 비판하고 있으니 말입니다. 어쩌면 그걸 다양성이라고 둘러댈 수도 있을 겁니다. 그런데 과연 MBC마저 재벌과 조중동의 손에 떨어지면 어떻게 될까요? 아마도 우리는 방송에서 찬양의 목소리밖에는 듣지 못하겠죠. 오늘 보았던 두 채널의 풍경은 이명박 정권의 방송 관계법이 노리고 있는 바가 무엇인지 가장 적나라하게 보여준, 그야말로 'before'와 'after'를 대조한 좋은 본보기였던 듯합니다.
Posted by MP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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