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대통령 선거 당시 이명박 대통령의 브랜드는 '747'이었습니다. 그 중에서 가장 앞에 있는 '7', 곧 성장률 7%는 이명박 대통령의 '경제 대통령' 이미지를 가장 잘 부각시켰습니다. 그래서 대통령 당선 뒤에 대통령직인수위원회의 최경환 간사는 "이명박 당선만으로도 경제성장률이 최소 1-2% 포인트 추가로 높아지는 효과가 있을 것이다" 라는 말까지도 했습니다. 이렇게 자신만만했던 7% 성장률, 1년 동안 어떻게 바뀌었을까요? 이명박 대통령이 성장률에 관한 말을 한 내용들을 모아보니 이렇게 바뀌었습니다.
2007년
"이제는 성장정책을 써야 한다. 최소한 (한 해) 7% 성장은 해야 한다는 것이 내 생각"
7월 8일
"(경제성장률을) 4%대로 수정하고 있으나 규제완화 등으로 2~3년 후에 목표 수치를 달성하는 방안을 지향하고 있다"
11월 13일
"내년 성장률은 3%+α, α는 노사안정"
12월 15일
"내년 성장률 2~3%대서 버텨보겠다"
12월 24일
"내년에 세계 모든 나라가 마이너스 성장을 해도 우리는 플러스 성장을 할 거라고 믿고 또 그렇게 하는 것이 우리의 목표"
12월 27일
"내년 상반기 어쩌면 마이너스 성장"
1년 만에 대통령의 성장률 전망은 그래프에서 보시는 것처럼 죽죽 떨어지고 있습니다. 특히나 12월 들어서는 말이 무척 자주 바뀝니다. 물론 글로벌 경제 위기 때문에 계속 국내외 경제 관련 기관에서 계속 성장률을 하향 조정하는 것에도 원인은 있겠습니다만, 대통령이 이렇게 앞장서서 말을 바꾸는 터라 점점 불신만 쌓여가는 판입니다.
그런데 흥미로운 것은, 노무현 전 대통령이 작년에 대통령 후보들이 성장률을 내세우는 것에 대해서 경고 메시지를 보낸 바 있다는 점입니다.
"제 스스로도 지난번에 무리한 성장률 공약을 해서 지금 말하자면 좀 난처한 입장이 됐다... 성장률 공약을 하면 자연히 목표를 높게 잡게 되어 있고 그리고 그 공약에 매달리다 보면 결국 무리한 경제정책을 쓰게 되고 그것은 정부 후반기 아니면 그 다음 정부에 엄청난 부담을 넘길 위험이 있다... 김영삼 대통령 시절의 성장률이 아주 높았는데 뒤에 보니까 과잉 투자가 돼서 외환위기를 만들어냈다... 계량적인 목표를 제시하는 것은 어떻게 보면 책임 있는 자세지만 어떻게 보면 대단히 무책임하고 선동적인 자세일 수도 있다."
참조 기사 : 盧대통령 "성장률 공약, 하지 않는게 좋다"
이명박 대통령이 이런 신세가 될 줄 이미 작년에 예견한 것일까요? 하지만 이렇게 말한 노 전 대통령도 '차기 정부에서는 성장률이 7%까지 갈 것'이라고 주장하는 대목이 있습니다. 결국 성장률 프레임에서 자신도 여전히 벗어나지 못한 셈입니다.
"10대 성장동력 산업이라는 것을 선정해 집중 투자를 하고 있는데 그것도 성과가 나올 것이고 행정수도, 혁신도시, 기업도시 그밖에 중요한 국책사업에 기반시설에만 2010년까지 약 54조원 투자가 나가게 돼 있다. 그 위에 건설 공사가 약 100조원 정도있다... 그 다음에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으로 매년 0.6%, 한-유럽연합(EU) FTA인데 EU가 미국보다 시장이 크니까 그럭저럭 (경제성장률이) 7% 가게 생겼다."
어쩌면 이런 얘기에 더 기가 살아서 이명박 대통령이 747 공약을 밀고 나갔을 지도 모를 일입니다. 어쨌거나, 이명박 대통령의 747은 이미 '마이너스 성장률'까지 거론되면서 땅바닥으로 추락해버렸습니다. 이제는 747은 747인데 -747이 되는 거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성장률 마이너스 7%, 일자리 400만 개 감소, 그리고 국가경쟁력 7단계 하락, 이렇게 가지나 않을지 심히 걱정되는 상황입니다. 대통령의 성장률 전망이 계속 내리막이니 도대체 어디가 바닥일지도 감이 안 잡히는 판입니다.
이런 상황을 보면서 참으로 이상한 것은, 미네르바가 '위기'를 얘기할 때 정부에서는 "비관론이 경제 악화를 부추긴다고" 윽박질러 놓고서는 좀 있으면 대통령이 '위기'를 들먹이고 있다는 겁니다.
시장에는 언제나 비관론자가 득세합니다. 문제는 비관론이 정말 경제를 악화시킨다는 점입니다. 이른바 경제의 ‘자기실현적 가능성’ 때문입니다.
만약 근로자가 향후 물가가 오를 것이라는 전망에 따라 임금을 올리면, 그만큼 제품 가격에 반영돼 정말 물가가 올라버립니다. 그러면 물가상승분만큼 실질임금이 깎이는 효과가 발생하기 때문에 임금상승에도 불구하고 실제 손에 쥐는 소득은 줄어들게 됩니다.
"경제는 심리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경제는 경제주체들의 심리에 크게 영향 받습니다. 시장에 비관론이 팽배해 경제주체들이 소비와 신규투자를 줄이면, 정말 경제가 나빠집니다. 그렇다고 해서 무조건 낙관론을 펴야한다는 것은 아닙니다. 무조건적인 낙관론처럼, 지나친 비관론도 진짜 위기의 원인이 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참조 포스트 : '3월 위기설' 들여다 보니.. (정책공감 블로그)
이 포스트에서도 밝히고 있는 것처럼 경제는 경제주체들의 심리에 크게 영향을 받습니다. 그렇다면 과연 시장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위력은 미네르바가 더 클까요? 아니면 미네르'박' 이명박 대통령이 더 클까요? 무조건적인 낙관론도, 지나친 비관론도 좋은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가장 질이 떨어지는 것은 남들 경제 전망하는 뒤꽁무니나 쫓아다니면서 상황이 조금만 바뀌어도 말이 오락가락 하는 '오락가락론'입니다. 처음에는 시장의 경고를 무시하고 7%를 밀어붙이다가 결국 경제 정책 실패로 개판이 되고 나서는 그야말로 갈팡질팡하는 모습입니다. 한 나라를 이끄는 리더가 저렇게 12월 한 달 동안에도 여러 번 말을 바꿀 정도로 오락가락하고 있으니 정부정책에 대해서 불신만 쌓여갈 수밖에요.
'혹세무민' 카테고리의 다른 글
| 김형오 국회의장은 국민을 바보로 아나 (6) | 2008/12/29 |
|---|---|
| "특정 방송 장악 의도" 없다는 정부의 말, 거짓말 아니다 (5) | 2008/12/28 |
| 이명박 대통령의 성장률 전망, 어떻게 변했나? (9) | 2008/12/28 |
| 아직도 박정희가 그리우십니까? (298) | 2008/12/27 |
| '이념박'의 자유민주주의, 자유도 없고 민주도 없고... (11) | 2008/12/24 |
| 국가정체성? 이명박의 정체성부터 확립해라 (4) | 2008/12/23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