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번 모나코 그랑프리가 심심했다고 말씀하셨던 분들. 이제 만족하십니까... 오늘 아주 1년치 사건이 한꺼번에 일어난 느낌이네요. 머신 공중 회전, 듀엣으로 스핀 댄스에, 페널티에다가 실격에다가, 무려 10대가 리타이어(실격 2대 포함)하고 세이프티 카가 네 번이나 나온, 정신없는 그랑프리였습니다.

먼저 오늘의 삽질 베스트 3!
  1. 수퍼 아구리의 피트 크루들
    피트에 들어온 수퍼 아구리의 앤터니 데이비슨. 근데 개러지 않은 인적 없는 쓸쓸한 적막만이 감돌고 있었으니, 아마도 커뮤니케이션이 잘못돼서 앤터니가 생각보다 일찍 피트로 들어온 것 같습니다. 뒤늦게 크루들이 뛰쳐 나왔으나 시간은 무지하게 까먹었죠. 그 뒤에 사토 타쿠마 피트 스탑 때에도 롤리 팝 들은 피트 크루하고  사인이 안 맞는 사태로 또 한번 삽질을 했습니다. 그러나, 나중에 사토가 알론소에게 굴욕을 안겨주면서 삽질을 다 복구했습니다.
  2. 트룰리-로즈베르크
    갑작스럽게 트랙 위에 엉켜버린 두 차량. 도대체 무슨 일이? 아마도 시케인에서 충돌이라도?  결국 결론은 전혀 접촉이 없었고, 시케인에서 자리 다툼을 하던 두 차량이 나란히 스핀 댄스를 한 것으로 결론이 났습니다. 캐나다는 고속 특성을 가지고 있어서 다운포스를 낮게 세팅합니다. 하지만 이렇게 되면 그립은 부족하기 때문에 코너에서 스핀할 위험이 높아지죠. 아주 제대로 보여 줬습니다.
  3. 야르노 트룰리
    오늘 아주 삽질 제대로 해 주신 트룰리. 세이프티 카 대열을 잡던 카메라가 갑자기 방호벽을 들이 받은 차량을 보여 주었으니, 그 이름하여, 아까 스핀 댄스를 추어 주셨던 야르노 트룰리. 피트에 들어갔다가 차량 대열을 따라잡으려고 무리하던 와중에 이런 코미디를 연출해 주신 겁니다.

하지만 오늘 최고의 삽질은 아무래도 페르난도 알론소인 것 같습니다. 출발 때 무리하다가 밀려나더니, 10초 페널티 까지 받아서 완전 중하위로 밀렸습니다. 다행히 역주에 역주로 순위를 복귀하고, 피트에서 라이코넨까지 제치면서 잘하면 포디움도 하겠다, 싶었는데, 무리하다가 결국 다시 순위 다 까먹고, 막판에는 수퍼 소프트 타이어가 심하게 마모되면서 성능이 확 떨어지는 바람에, 사토 타쿠마한테 앞지르기를 당하는 굴욕을 보여 줬습니다. 중요한 순간마다 계속 실수를 연발하고, 오늘 왠지 불안한 모습으로 결국 7위에 머물렀습니다. 아마도 해밀튼에 대한 압박감이 아니었을까요?




그에 비해서 루이스 해밀튼. 정말로 이 소동으로 점철된 캐나다 GP에서 대단한 운영 능력으로 우승을 차지했습니다. 한번도 타 본 적이 없는데다가 까다롭기 그지 없는 이 서킷에서 F1 데뷔 여섯 경기만에 우승! F1 역사를 다시금 썼네요. 정말 대단하다!는 말밖에는 할 말이 없습니다.

그리고 알렉스 부르츠. 이게 얼마만의 포디움이랍니까? 예선을 망치고 나서 1 스탑 작전을 쓴 게 세이프티 카 상황에서 제대로 맞아 떨어졌네요. 모나코에서는 세이프티 카가 한 번도 안 나오는 바람에 1 스탑 작전 쓴 드라이버들은 완전히 망했는데, 이번에는 부르츠가 확실하게 이익을 봤습니다. 맥클라렌 테스트 드라이버 시절, 2005년에 몬토야 부상 때 대체 드라이버로 참가해서 3위를 한 이후에 2년 만에 3위를 했습니다. (하지만 2005년 때는 포디움에는 서지 못했고, 앞 순위 차량 실격으로 3위가 된 거죠)

그리고 수퍼 아구리 이번에 다시금 축제 분위기네요. 첫 포인트에 이어서 이번에는 알론소를 제끼고 6위! 3 포인트를 챙겼으니 이거 완전 경사네요. 대단한 일본의 저력이었습니다.

반면에, 오늘 페라리는 거의 망했다고 봐야겠습니다. 그나마 마사는 포디움도 기대해 볼만 했으나, 피트 출구에 붉은 등이 켜져 있을 때 나가는 바람에 실격 당하고, 라이코넨은 정말 무력한 경기 모습을 보여줬습니다. 얼마 전에 라이코넨 퇴출을 전제로 한 페라리의 해밀튼 영입설이 흘러 나왔는데, 정말로 라이코넨이 페라리에서 애물단지가 되는 건 아닌지... 좀 걱정 되네요.

잠시 몇 가지 사실을 알아 보지요.

알론소와 로즈베르크는 왜 10초 페널티를 받았나요?

올해부터는 세이프티 카 규정이 바뀌어서, 세이프티 카가 발령되면 피트 입구가 폐쇄됩니다. 이는 세이프티 카가 발령될 때 차량들이 우루루 피트 인을 하다 보면 대열 정리도 힘들고 피트 입구와 피트 레인에서 위험한 상황이 일어나기 쉽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알론소와 로즈베르크는 바로 이 규정을 위반했기 때문입니다. 세이프티 카가 나온 상황에서 첫번째 피트스탑을 위해서 피트로 들어간 게 문제가 된 거죠.

마사와 피지켈라는 왜 실격 당했나요?

피트 출구에는 신호등이 있습니다. 이 신호등에 파란 등이 켜져 있을 때에만 밖으로 나갈 수 있습니다. 세이프티 카가 나왔을 때, 보통 이 신호는 대열 상황에 따라서 조작됩니다. 만약 대열이 피트 출구를 지나가고 있다면 대열에 끼어드는 것을 막기 위해서 붉은 등을 켭니다. 마사와 피지켈라는 피트 출구에 붉은 등이 켜져 있을 때 트랙으로 나왔기 때문에 실격당했습니다. 2005년에, 후안 파블로 몬토야가 캐나다에서 이렇게 실격당한 적이 있습니다.


아무튼 오늘 결과로 해밀튼은 알론소와 포인트 격차를 단숨에 8 포인트로 벌렸고, 페라리는 컨스트럭터 순위에서 28점이나 뒤처지면서 점점 어려운 상황으로 가고 있습니다. 고속 서킷에서는 맥클라렌보다 페라리가 유리할 거라는 예상이 많았고, 북미 지역 성적도 페라리가 좋은 편이라서 이번 경기에 기대가 많았을 티포시로서는 불안감이 몰려올 것 같습니다. 아무튼 바로 다음 주에는 페라리가 아주 좋은 성적을 거두어 온 미국 그랑프리가 열립니다. 이곳이 아마도 맥클라렌-페라리 전쟁의 분수령이 될 듯합니다. 그리고 페르난도 알론소로서도, 먹칠 당한 자존심을 되찾아야 할 중요한 경기가 될 듯합니다.





그나저나, 오늘 대형 사고를 당한 로베르트 쿠비차. 걱정되네요. 일단 목숨에는 지장이 없다고 하는데, 다리가 부러졌다는 것 같습니다. 그래도 그런 엄청난 사고에서 그런 정도 부상이라면 정말 다행이죠. 다시 한번, F1이 많이 안전해졌다는 걸 느끼게 됩니다.

Posted by MP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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