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시고 싶었습니다. 피노 누아르. 다른 피노 누아르 다 싫고 부르고뉴 피노 누아르, 정말 마시고 싶었습니다. 도대체 이게 얼마만이랍니까.
별 볼 거 없는 그냥 부르고뉴 피노 누아르 와인입니다. 뤼페-쇼레라는 잘 모르는 프로듀서인데 알고 보니까 알베르 비쇼 계열입니다. 알베르 비쇼를 별로 마음에 들어 하지 않는 관계로 약간 김이 새긴 했습니다만 뤼페-쇼레는 뉘-썽-조르쥬에 있어서 그래도 좀 다르다고는 하니. 오랫동안 굶주려 왔던 피노 누아르를 빨리 몸 안에 주입해 줘야겠습니다.
역시 향을 맡아 보니 딱 부르고뉴 피노 누아의 그 느낌입니다. 은은한 체리향, 베리향, 향수같은 바이올렛 향, 약하게 부엽토 향기도 느껴집니다. 시간이 지나면 베리향 쪽이 좀더 강해지면서 역시 우우아한 피노 누아르 다운 향을 보여 줍니다. 맛은 역시 피노 누아 답게 산미가 강하지만 기분 나쁘거나 시었다는 느낌은 전혀 아닙니다. 마치 레몬 몇 방울을 넣은 듯한 느낌, 채 익지 않은 자두와 체리의 느낌을 줍니다.
시간이 지나니까 탄닌이 슬슬 입 속을 자극하기 시작합니다. 아까 말했듯이 베리향 쪽으로 정리가 되지만 한편으로는 시원스러운 민트향, 그리고 버섯햣도 약간 나타납니다. 화려하고 다양하게 변화를 일으키는 스타일은 아니지만 우아하면서도 이것저것 지저분한 느낌이 없는, 부르고뉴 피노 누아르의 기본에는 충실합니다.
한 병을 홀라당 다 비우고 나서도 아쉬움이 많이 남았습니다. 그건 아마도 정말 오랜만에 맛보는 피노 누아를이기 때문이겠죠. 내일 이것보다 더 좋은 피노 누아르를 마신다고 해도(훨씬 좋은 정도는 아니고 조금 더 좋은) 아마 이걸 마셨을 때와 같은 행복한 기분에 젖기는 어려울 듯합니다. 술을 마신다는 그 자체만으로도 행복감을 주는 것, 아마도 그게 와인, 그 중에서도 피노 누아르가 가진 특기가 아닐까요.
- matured and bottled by: Lupé-Cholet
- grape variety: Pinot Noir
- appellation: Bourgogne AOC
- alchol: 12.5%
'취생몽사' 카테고리의 다른 글
| 마시자, 마실 수 있을 때 (2) | 2008/11/23 |
|---|---|
| Georges Dubœuf, Beaujolais Nouveau 2008 (4) | 2008/11/21 |
| Lupé-Cholet Conte de Lupé Pinot Noir, Bourgogne 2006 (0) | 2008/11/08 |
| Château la Gontelle, Premières Côtes de Blaye 2006 (0) | 2008/11/02 |
| Blason d'Aussières, Corbières 2005 (0) | 2008/10/28 |
| Marqués de Cáceres Crianza, Rioja 2004 (0) | 2008/10/23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