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된 얘기입니다만 국가인권위원회에서 촛불집회에 대한 경찰 진압에 대해서 "인권 침해가 있었다"는 결정이 내려진 데 대해서 역시 예상했던 대로 정부나 한나라당, 조중동의 반발이 거세게 일고 있습니다. 이미 앰네스티에서도 비슷한 결정을 내렸습니다만, 인권위원회 결정에 대해서 한나라당에서는 '반사회적인 인권위원회'라는 비난까지 하면서 인권위원회를 없애버리기라도 할 것처럼 날뛰고 있는데, 도대체 그들이 추구하는 사회는 권력이 까라고 하면 까는 독재사회인 건지 궁금해 집니다.

앰네스티 때도 그랬고, 이번 인권위원회 결정에 대해서도 그렇고, 정부나 조중동에서 들고 나오는 메뉴는 똑같습니다. 시위대에게 당한 경찰의 피해는 왜 고려하지 않느냐는 겁니다. 물론 경찰의 피해? 있었습니다. 하지만 국내든 국제든 인권관련 기구나 단체에서는 보통 일반 시민이 공권력에 대해서 가하는 폭력이나 공권력이 입은 피해에 대해서는 고려하지 않는 게 보통입니다. 왜일까요?

공권력이 시민에게 피해를 입을 경우, 그 가해 시민은 댓가를 치르기 마련입니다. 그것도 아주 가혹하게 댓가를 치르죠. 촛불시위를 둘러싼 상황을 봐도,이미 무더기 체포 연행과 기소가 이루어지고 있고 수십에서 수백만 원 벌금이 줄줄이 내려지고 있습니다. 경찰에서는 시민 사냥 마일리지까지 만들겠다고 나선 판입니다. 여당에서는 이참에 촛불의 싹을 자르겠다고 시위 피해에 대한 집단소송제와 같은 법까지 만들겠다고 들먹이고 나오는 판입니다. 다시 말해서, 권력이 시민에게 피해를 입었을 경우, 그들은 공권력과 사법기관을 동원해서 원하는 만큼 보복을 할 수 있고 그걸로도 부족하면 심지어는 법까지 만들어서 더 가혹하게 보복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 반대의 경우는 어떨까요? 공권력에게 시민들이 당한 피해는 보통 제대로 수사조차 되지 않고 묻혀버리게 마련입니다. 이번 촛불시위에서도 맨몸이었던 여학생이 군홧발로 머리를 짓밟히는 폭행을 당하고도 경찰에서는 한참이나 미적거리다가 마지못해 한 명 영창 보냈습니다. 그 뒤에 비슷한 일이 또 일어났을 때 경찰에서는 '이번엔 군화가 아니라 운동화였다'는, 이게 도대체 변명이라고 하는 건지 웃으라고 개그하는 건지도 모를 소리를 하면서 어물쩍 넘어갔지요. 법질서니 공무집행이니 하는 핑계로 자신들이 저지른 법을 넘어선 폭력에 대해서는 제대로 수사조차 하지 않았습니다. 어쩌면 당연한 일일 지도 모릅니다. 권력이 시민들에게 피해를 받았을 때에는 가혹한 보복을 하지만 자신들이 저지른 잘못을 자신들이 수사하고 처벌할 것이라고 기대하기는 어려운 일입니다.

만약에 권력이 자신들의 잘못을 철저하게 수사하고 엄정하게 처벌한다면 인권단체에서 굳이 문제삼을 것도 아닙니다. 문제는 그렇지 않은 게 '공권력'이란 이름으로 저질러지는 폭력과 범죄의 속성입니다. 피해를 받은 것 자체가 문제라기보다 피해를 받고도 제대로 된 보상이나 가해자 처벌이 이루어지지 않는 것이야말로 심각한 인권침해입니다. 그리고 법무부에서 내세우는 '시위대가 폭력을 썼다' 논리는 사실 새삼스러운 것도 아닙니다. 인권 후진국에서 언제나 써먹는 논리죠. 베이징 올림픽을 앞두고 티벳 독립 요구 시위에 대해서 중국 정부가 무자비한 탄압으로 국제 사회로부터 비난이 빗발쳤을 때 내세운 논리도 '시위대가 폭력을 썼다'입니다. 위에서도 말했듯이 이 경우에도 시위대의 폭력은 언제나 철저하고 가혹한 복수가 뒤따르지만 권력의 폭력은 그렇지가 않지요. 그래서 인권단체들이 공권력으로부터 시민들이 받는 피해에 대해서 촛점을 맞추는 것입니다. 자기들이 당한 건 복수할 만큼 실컷 복수하는 반면 자기들이 저지른 잘못은 어물쩍 넘어가 놓고서는 자기들의 인권을 들먹이는 건 진짜 뻔뻔스러운 태도입니다. 우리나라 정부는 아마도 중국 수준의 인권 정도면 된다고 생각하나 봅니다.

국내외 인권단체들의 비단에 대해서 법무부가 내세우는 논리는 오히려 이들이 얼마나 인권에 대해서 무식하고 '우리는 인권 후진국이오'하고 광고하는 꼴인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셈입니다. 인권위원회에서는 경찰청장 경고를 권고했지만 그에 앞서서 공권력을 행사하는 기관에 대해서 인권에 대한 기본 개념부터 좀 공부하게 해야 할 듯합니다.
Posted by MP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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