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이명박 정권을 두고 '돌려막기 정권'이라고 한 적이 있습니다. 카드를 카드로 돌려막듯이 사건을 사건으로 돌려막는 이 정권을 돌려막기 정권이라고 한 것이죠. 어떤 사건이 터져서 한참 이슈가 되고 관련 당사자들이 난감한 상황에 빠지면 얼마 후 다른 사건이 터져서 이전 사건을 덮는 거죠. 얼마 전 큰 문제가 됐던 공정택 서울시교육감의 선거자금 문제도 쌀 직불금 파문에 묻혀서 조금 흐지부지된 느낌입니다. 그래서인지 공 교육감은 국감에도 출석하지 않는 배짱을 부리고 있는 판입니다. 아마도 공 교육감이 이봉화 차관한테 술이라도 한 잔 샀을지 모를 일입니다.

하지만 돌려막기란 게, 영원히 뺑뺑이가 돌아갈 수는 없는 노릇입니다. 계속 이자는 불어나고, 신용은 떨어지게 마련입니다. 게다가 돌려막기를 하는 사람은 그렇게 돌려막기를 하면서 계속 어떻게든 돈을 벌어서 빚을 줄이는 경우보다는, 그래도 정신 못 차리고 계속 써대고 카드 새로 만들고 하는 행태를 보이는 경우가 많습니다. 결국 돌려막기의 끝은 아주 작은 액수 부족으로 카드 하나를 못 막으면 연쇄적으로 다른 카드들이 줄줄이 연체가 되면서 망하는 거죠.

돌려막기로 연명하고 있는 이명박 정권도 과연 언제까지 그렇게 돌려막기를 할 수 있을까요? 제 생각에는 이제 돌려막기의 끝이 보이는 듯합니다. 돌려막기가 이어지면 신용이 추락하는 것은 불보듯 뻔한 일입니다. 사건을 사건으로 돌려막는 이명박 정권이 간과한 게 이 점입니다. 이제는 이명박 정부의 말을 누구도 믿지 않는다는 것 말입니다. 경제 위기가 현실로 나타나면서 정부에서는 계속 외환 보유고 넉넉하다, 문제 없다, 시장이 과민 반응하고 있다, 이런 말을 쏟아내고 있습니다만 신용이 추락한 정부의 말을 믿지 않는 게 큰 문제입니다. 그래서 경제 위기 속에서 다른 나라들보다도 더 큰 폭으로 주식시장이 내려앉고 외국인들의 자금 이탈이 가속화되고 있는 것입니다. 경제에서 '신용'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왜 이 정부는 모르고 있는 건지 답답합니다. 가장 못 믿을 입인 강만수 장관을 그대로 앉혀 놓고서 신용을 되찾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모습은 참으로 한심한 노릇입니다.

게다가, 돌려막기를 계속 하는 와중에도 신용을 깎아먹는 행태는 계속되고 있습니다. 위기다, 아니다, 하면서 입을 열 때마다 오락가락하는 리만브라더스의 입, 그리고 부동산 투기를 부추기고 은행이나 건설사들의 도덕적 해이를 국민세금을 퍼들여서 메우려는 모습, 여기에 대해서 금융권 규제 완화라는 역주행 정책들은 그야말로 돌려막기를 하는 와중에도 정신 못 차리고 흥청망청 카드를 긁어대는 행태와 다를 바가 없습니다.

그렇다면 그 끝은? 지금 우리는 그 끝이 가까워왔음을 보고 있습니다. 그렇게 많은 외환보유고를 가지고도 글로벌 위기 상황에서 다른 나라보다 훨씬 큰 추락세를 보여주고 있는 우리 금융시장의 모습이 그 끝을 예고하고 있습니다. 이미 정부는 양치기 소년이 된 지 오래여서 아무리 호소하고 믿어달라고 해도 말을 믿어주는 사람은 없고, 외국 언론들은 날마나 한국 경제의 위기를 퍼뜨리고 있습니다. 이미 정부는 신용불량 상태에 빠진 것과 다를 바 없습니다. 지금 상황은 그야말로 손 대면 톡 하고 터질 것만 같은 '봉선화 경제'입니다.

여전히 정부에서는 문제 없다, 여유 충분하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별 믿음을 못 주고 있습니다. 원래 돌려막기도 그렇습니다. 돌려막을 때에는 언제까지나 계속 돌릴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죠. 아직은 한도가 꽤 남아 있고, 그냥 이 정도만 유지하면 될 것처럼 착각하게 마련입니다. 하지만 그 한도는 내 것이 아닙니다. 카드사에서 언제 한도를 확 줄일 지도 알 수 없는 노릇이고 현금서비스가 확 막힐 지도 모를 일입니다. 그럼 발등에 불이 떨어지면 대부업체 찾아다니면서 신용조회하고, 그 기록이 고스란히 남아서 신용도는 더 추락하고, 이런 식으로 나락으로 떨어지는 거죠. 그동안 부어 놨던 적금 깨듯이 연기금을 주식시장에 쏟아붓는 걸로도 모자라서 경기 회복을 구실로 부동산 투기 자금이라도 끌어와야겠다는 이명박 정권의 정말 대책없는 대책은 발등에 불 떨어져서 악성 사채래도 꾸어야 할 판인 돌려막기의 끝을 보여주는 신호라 할 수 있겠습니다.

돌려막기의 끝이 점점 다가오고 있습니다. 돌려막기를 통해서 눈덩이처럼 불어난 엄청난 빚은 정부에서 무슨 말을 해도 믿어 주지 않는 신용불량으로 그 댓가를 치르기 시작하고 있습니다. 어쩌면 이명박 정부는 최근 여론조사에서 지지율이 30% 나왔다는 것을 근거로 신용이 회복되고 있다고 착각할 지도 모르겠습니다만, 이미 오랫동안 보아 왔습니다. 그 지지율이라는 게 한 주 올라갔다 한주 추락했다, 그러면서 20%에서 30% 사이를 오락가락하는 바닥이라는 걸 말입니다. 오른 거 별 의미 없습니다. 주식 시장으로 말하면 '단기 차익을 노리는 저가 매수세' 정도일 뿐입니다. 결국 조간만 개인 회생이든 파산이든, 돌려막기의 끝은 참담하게 끝나겠죠. 문제는 그 참담함이 이 정권과 정부보다는 우리에게 더 치명타로 다가올 것이라는 점입니다.
Posted by MP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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