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대통령의 말이 또다시 문제가 되고 있네요. 참여정부 평가포럼에서 특강을 하면서 한나라당과 대선 후보들을 맹렬하게 비난한 게 파문을 일으키는 것 같습니다. 한쪽 편에서는 공정하게 선거 관리를 해야 할 대통령이 이런 식으로 당과 후보들을 공격하는 것은 파울 플레이라는 비판이 있고, 또 한 쪽에서는 대통령이 당적도 가질 수 있는데 왜 정치적 발언을 할 수 없는가, 이런 얘기가 있고 합니다.
제 생각에는, 대통령도 정치적 발언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당적도 가질 수 있는데 정치적 발언을 못 한다는 것은 좀 이상하죠. 정치적 중립이 꼭 필요하다면, 국회에서 의장이 되면 반드시 탈당하게 되어 있는 것처럼 대통령도 당적을 갖지 못하도록 하는 게 옳다고 봅니다. 물론 지금이 대통령 선거를 앞둔 시점에서 선거를 공정하게 관리해야 하는 총책임자가 선거에 개입하는 듯한 말을 하는 게 썩 마음에는 안 들지만, 마음에 안 드는 것하고, 원칙이란 문제는 엄연히 다르죠.
하지만, 대통령의 정치적 발언을 그냥 허용하기에는 문제가 있습니다. 대통령 쪽을 지지하는 편의 얘기는, 외국에서는 대통령이 정치적 발언을 다 하는데 우리나라는 왜 안되냐, 하는데. 한 가지는 빼먹고 있습니다. 그런 외국의 경우에는, 대통령에 반대하는 세력들이 자유롭게 비판할 수 있는 수단을 보장하고 있습니다. 정당만이 아니라 시민단체가 각종 이익 단체들도, 능동적으로 매체를 활용할 수 있는 권리가 있습니다. 예를 들어서, 미국 같은 경우에는 TV 광고를 통해서 정부나 상대당의 정책을 비판할 수 있는 권리가 보장됩니다. 그래서 각기 자기 주장을 가진 많은 단체에서 여러 정책들에 대해서 정치 광고를 상당히 많이 합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겉으로는 보장되어 있는 것 같지요. 하지만 한미 FTA 협상 때를 생각해 보시죠. 정부는 돈을 퍼들여가면서 FTA만 되면 한국에 당장 장밋빛 앞날이 펼쳐질 것처럼 떠들었지만, FTA 반대 단체에서 준비한 TV 광고는 사실상 방송 불가 결정을 내려버렸습니다. 곧, 상대방이 자기 주장을 펼칠 기회를 틀어 막아 버린 겁니다.
다시 말해서, 외국에서는 어느 편이든 표현의 자유가 충분히 보장되어 있으니까, 당연히 대통령도 정치적 발언을 할 자유가 보장되어 있는 겁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어떤가요? 누가 와서 취재를 해 주지 않는 수동적인 권리는 있어도 방송 매체를 능동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 권리는 소수에게 독점되어 있는 게 지금 실정입니다. 국정홍보처에서는 계속 세금을 퍼부어가면서 광고를 통해서 정부의 논리를 주입시키고 있습니다. 계속 똑같은 얘기를 주입시키는 것은 사람들을 자신의 논리로 넘어오게 하는 가장 좋은 방법 가운데 하나죠. 문제는, 정책에 반대하는 사람들의 세금까지도 자신이 반대하는 논리를 전파하는 광고에 쓰이고 있는데, 그 반대편 사람들은 능동적으로 방송을 이용할 수 없다면, 이건 심각한 반칙입니다.
대통령이든 그 반대편에 있는 누가 되었든, 껍데기만이 아니라 실질적인 표현의 자유, 그리고 매스 미디어를 통해서 능동적인 표현을 할 권리가 보장됐으면, 하는 생각이 이번 논란을 보면서 새삼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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